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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권우 선생님의 한시 - 道峯觀楓 도봉산 단풍 구경

관리자   /   2019-11-12

다시 읽는 권우 선생님의 한시(1) - 조기영 교수




道峯觀楓  도봉산 단풍 구경 

 

楓菊相催出禁城 단풍 국화 재촉하여 서울 도성 나섰더니

遠山秋雨半邊晴 먼 산에는 가을비요 반쪽 하늘 개었어라.

世外九人香社近 세상 밖의 아홉 사람 옛 향사와 비슷하고

雲中萬丈道峯生 구름 속에 만장봉은 도봉산에 솟았구나.

摩挲古石憐同老 닳아버린 오랜 바위 나와 같이 늙수레해

點檢寒花悵晩情 가을 국화 하나하나 시든 모양 슬프구나.

林下停車醒復醉 수풀 아래 차 멈추고 깼다 다시 취하나니

淸緣不可寸陰輕 고운 만남 잠시도 그냥 보내지 못해서라.

 

 

 

19721021일 늦가을에 권우 선생님을 포함한 아홉 분이 도봉산으로 단풍 구경을 가셨다. 도봉산은 서울시 도봉구와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및 양주시 장흥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가 740m이며, 주봉인 자운봉을 비롯하여 만장봉 선인봉 오봉 등이 우뚝 솟아 장관을 이룬다. 이에 세상살이에 초연한 아홉 분의 산행이 향사(香社)의 모임과 유사하다 하시고, 다시 도봉산의 우뚝한 봉우리에 비견하는 기발한 표현을 하셨다.

 

향사(香社)는 보통 뜻이 같고 도가 맞는 사람들이 결맹(結盟)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향산사(香山社) 또는 향화사(香火社)의 준말이다. 향산사는 당나라 향산거사(香山居士) 백거이(白居易)가 참여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고, 향화사는 불교 신자의 결사(結社)를 향화(香火)로써 명명한 것으로 향화인연(香火因緣)의 뜻을 취한 것이다. 향화인연은 부처 앞에 올리는 향과 등불이 불문에 들어 계합(契合)하는 인연을 맺었다는 뜻이다. 백거이는 관직에서 은퇴하여 낙양에 살 때 호고(胡杲) 길교(吉皎) 유진(劉真) 정거(鄭据) 노정(盧貞) 장혼(張渾)과 함께 상치(尚齒)의 모임을 가졌고, 그 뒤에 이원상(李元爽)과 승 여만(如滿)이 합류하여 구로상치(九老尚齒)의 모임을 가지면서 구로도(九老圖)를 그렸는데, 이에 구로도는 늙어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모임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우뚝 솟은 도봉산의 만장봉을 바라보면서 오래된 바위의 형상이 이순을 바라보는 늙수레한 자신처럼 가련하고, 늦가을의 시든 국화의 모양이 슬퍼 보인다는 물아일체 감정이입의 표현이 대구까지 구비하여 특히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아홉 사람의 고운 만남이고 정거좌애풍림만(停車坐愛楓林晩)’ 단풍 구경까지 하셨으니 당연히 술잔을 앞에 두고 깼다 다시 취하면서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셨으리라 

 

 

작성일 201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