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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렬 교수님의 <한일의 정형시 : 시조와 하이쿠> 강의 소개

관리자   /   2021-02-23

시조와 하이쿠, 한일의 정형시를 찾아서

 

 저는 원래 영문학도입니다. 그럼에도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문학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에 관심을 갖고 이에 관해 글을 쓰거나 대학에서 강의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조에 대한 저의 관심은 각별한 것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와의 만남이 저에게는 그 어떤 문화 체험보다 이른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제 나이 세 살 때부터 외할아버지의 시조창을 엿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니 어찌 시조가 제 삶의 일부가 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이 같은 시조와의 인연 때문에 저는 국문학자가 아니면서도 시조에 관한 연구서 및 평론서를 몇 권 출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일본의 하이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미시를 공부하는 도중 하이쿠에 관심이 깊은 영미의 몇몇 시인들의 글과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자극을 받아, 저는 시조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동안 시조만큼, 아니, 시조보다 더 간결한 이웃나라의 정형시인 하이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곧이어 저는 하이쿠가 지향하는 시 세계는 시조가 지향하는 시 세계와 엄청나게 다른 것이라는 어렴풋한 깨달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깨달음이 타당한 것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10여 년에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도쿄대학에 가서 거의 1년여 동안 하이쿠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그곳에서 공부한 바를 바탕으로 하여 하이쿠와 시조를 비교하는 글을 여러 편 쓰게 되었고, 마침내 그 결과를 한 권의 책으로 묶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윤덕진 원장님의 청에 따라 독서당 고전교육원에서 제가 이어갈 강연은 그처럼 일본에 가서 공부한 뒤에 출간한 책 및 그 책을 출간한 이후에 발표한 여러 편의 글을 자료로 삼아 이루어질 것입니다. , ‘한국의 시조와 일본의 하이쿠는 비교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서로 다른 시 형식인가, 또한 양자의 시 세계가 지향하는 바는 어떻게 서로 다른 것인가가 강연의 전체적인 주제가 될 것입니다.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 강연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을 범박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강연:(3/4) 시조와 하이쿠의 연원과 양자의 시 형식이 걸어온 역사

둘째 강연:(3/18) 시조와 하이쿠의 형식적 차이: 기승전결의 시 형식과 중첩의 시 형식

셋째 강연:(4/1)) 시조와 하이쿠의 수사적 차이: 우의(寓意, allegory)의 세계와 상징(象徵, symbol)의 세계

넷째 강연:(4/15) (3시조와 하이쿠가 지향하는 세계 인식의 차이: 현실 지향의 시와 초월 지향의 시

다섯째 강연: (4/29) 옛날의 시조 시인과 하이쿠 시인의 대상 인식 사이의 차이: ‘꽃잎나비를 향한 서로 다른 두 시선

여섯째 강연:(5/13) 오늘날의 시조 시인과 하이쿠 시인의 대상 인식 사이의 차이: ‘동백꽃을 향한 서로 다른 두 시선

일곱째 강연:(5/27) 마무리, 또는 서로 다른 두 시 형식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이상과 같은 기획 아래 강연을 진행하되, 청중의 요구에 따라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변화를 주고자 합니다. , 단순히 시조와 하이쿠에 대한 논의를 벗어나서,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 나아가 문학의 저변을 이루는 이른바 시 정신또는 각 문화 특유의 민족적 에토스(ethos)에 대해 폭넓은 이야기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아직까지 끝이 어딘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저의 문학 공부이긴 합니다만, 그동안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바를 청중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런 과정에 청중 여러분께서 간파한 저의 편협함이나 잘못됨에 대한 깨우침이 있기를, 그럼으로써 문학에 대한 저의 이해에도 새로운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20212월 중순 서울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 장경렬 씀) 

첨부파일강연 개요 - 시조와 하이쿠, 한일의 정형시 세계를 찾아서.hwp